도종환 | 시인

어제 ㄱ생명에서 사외보를 만드는 심아무개 박사한테서 메일이 왔다. 내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이번 호에 재수록하려고 하는데 원문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메일이었다. 그는 이 시를 인터넷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은 2연으로 된 짧은 시이고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해서 시가 들어 있는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고 그냥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하고 답변 메일을 쓰다가 혹시나 해서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2연으로 된 이 시에 3연이 한 단락 더 붙어 있었다. 이 시의 1연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로 시작해서 5행 정도의 내용이 이어지고, 2연은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로 시작해서 5행 정도의 시가 서로 댓구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누가 “아프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로 이어지는 3연을 만들어 붙인 것이다. 앞의 내용과 똑같은 구문, 똑같은 어법으로 말잇기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시 공부를 하면서 '모방하여 쓰기'를 하는 적이 있는데 꼭 그같은 방식으로 씌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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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200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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