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의 미소

2010/01/27


김사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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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더이상 듣기 힘든 이 진부한 말을 미국에 갔을 때 실제로 들어본 적이 있다. 마침 부시 정부 시절이라 솔직히 우스웠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딱히 우스워할 처지가 아니었다. 엄밀히 따져봤을 때 여전히 전쟁이 진행중인, 게다가 국가보안법이 건재하는 내 나라보다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수출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포르노잡지 출판업자의 편을 들어주는 판사를 가진 그 나라가 확실히 훨씬 더 자유로워 보였던 것이다.
 
사실 미국이 가진 자유의 나라라는 이미지는 예전의 한국과 같은 2,3세계의 사람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자 반론의 여지가 없는 미국적 체제의 우월성의 상징이었다. 히피들의 쌘프란시스코, 잭슨 플록과 앤디 워홀의 뉴욕은 레닌그라드와 집단농장으로 상징되는 소비에트연합에 대항해 전세계에 미국적 질서를 홍보하는 가장 쿨한 팸플릿이었다.

자유의 나라에 찾아온 안전강박증

물론 나는 미국이 자랑하던 '자유'라는 이미지가 단지 냉전시대 체제경쟁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악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밌는 건 1990년대초 공산권의 붕괴 이후 자유의 위상과 색채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9·11사태 이후의 미국을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더 확연해진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은 더이상 이 멋진 개념을 자국의 공식적 이미지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대신 미국이 이제 원하는 건 '안전'이다. 1980년대 위험함으로 악명이 높았던 뉴욕 맨해튼의 동남부 지역에는 이제 전면 금연을 실시하는 쾌적한 술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감시카메라가 빼곡한 거리는 밤 12시가 넘어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게 가능할 정도로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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