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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칼럼

백낙청 /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
2010년은 한국현대사의 사건들이 몇십주년 또는 일백주년을 채우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주권을 일본에 빼앗긴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에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광주민주항쟁 30주년, 그리고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이 다가온다.

물론 딱히 꺾어지는 해가 되는 과거만 되돌아볼 일은 아니다. 가까이는 아직 초상도 못 치른 채 1주기 곧 소상(小祥)날이 돌아오는 용산참사와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이 모두 가슴에 새길 날들이다. 게다가 2010년은 이명박정부 3년차에 지방 차원에서나마 전국적인 선거가 열리는, 그 자체로 역사를 만들 잠재력을 안은 해다. 어쨌든 이런 해에 제대로 앞길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도, 나라의 역사를 하나같이 요동치게 만들었던 지난날의 큰 사건들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남긴 유산에서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을 바꿔낼지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중 1910년 이후 주권상실의 역사는 당연히 극복의 대상이다. 식민지시대의 역사를 온통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남의 나라 종살이를 하는 도중에도 우리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깨우치고 분기해서 이뤄낸 것이 적지 않고, 일본이 주인 행세를 한답시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머슴 노릇을 해준 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식민지지배로 인한 노예생활의 역사가 한반도 삶의 구석구석에 식민성의 해독을 심어준 점을 '나라의 부끄러움'으로 되새겨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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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2009/12/30


<창비주간논평>이 2010년을 맞아 달라진 얼굴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디자인을 개선하고 검색 및 네트워킹 등 기능 강화로 가독성과 접근성을 한층 높였습니다.
새해에는 필진 보강에도 힘을 기울여 다양한 시각과 신선한 글맛을 선보이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2009년 12월 30일
<창비주간논평> 드림

2009/12/30 2009/12/30


최태욱
/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사진: 최태욱
많은 이들이 세계화의 급격한 진행을 언급하며 21세기는 드디어 하나의 지구촌이 완성될 시대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지구는 아직도 넓고 인간의 삶의 방식은 여전히 다양하다. 가끔 TV에서는 지금까지도 문명이 전혀 미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말 그대로 '토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릴 때 역사 교과서에서나 읽고 상상하던 원시인들의 삶의 모습이 거기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만 이동하면 수천년 전의 인간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가 자주 보는 또다른 성격의 TV 프로그램은 현재 KBS에서 방영중인 <동행>과 같은 민생 다큐멘터리다. 거기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온갖 고된 노동을 다 하지만 언제나 가난하고 언제나 고달픈 지금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슬프고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가 결국엔 어딘가 혹은 누군가에 대해 화가 나곤 한다. 어느날은 문득 유럽의 복지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이같은 한국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혹시 그들은 우리 서민들의 삶을 보며 내가 TV에서 현시대의 토인을 볼 때 가졌던 신기하기까지 한 그 아스라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냉혹한 시장논리, 무너지는 삶의 존엄

내가 토인들의 원시적 삶에 놀랐듯이 아마 그들은 한국인들의 '시장적' 삶에 놀랄 듯싶다. 화면을 통해 시장의 약자는 낙오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한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선조도 저렇게 살았다는 사실에 새삼 경악할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자식들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고, 심하게 아플지라도 병원 가길 두려워하며, 살 집 걱정에 늘 불안해하는 한국 서민들의 현재 모습이 그들 눈에는 그저 아득한 옛날 일로 비칠 것이다. 그들 중 동정심 많은 이들은 필경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어떻게 그리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 저렇게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사는데도 왜 저들은 떳떳하지 못하고 언제나 누군가에게 굽실거리고 비굴해야만 하는가! 분명 저들의 잘못이 아니지 않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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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2009/12/23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사진: 이남주
최근 연합정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0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연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폭넓은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 없이 올해를 보내게 되어 아쉽다.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단일화 협상이 무산되었고, 그후 '희망과 대안' 등 연합정치를 화두로 삼은 조직들이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으나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 새해에는 이 논의와 실천에서 한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정치세력이 '量力而行'(자신의 힘을 헤아려 일을 행함)의 자세로 연합정치에 임해야 한다. 최근 연합정치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상황이 잘 보여주는 바다.

올해 재보선 결과들에서 드러나듯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대안에 표를 몰아주는 현상이 강하다. 이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야권내 기득권세력의 연합정치에 대한 적극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현재의 정치지형이 큰 변화 없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유지된다면 기득권 구조도 계속 강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이러한 추세를 즐기려고만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반 한나라당 표심의 이면에 존재하는 민의를 잘 헤아려야 한다. 더욱이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들은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승리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기득권 구조와 당리당략을 넘어라

또한 진보개혁진영 내의 연합정치 논의는 예전처럼 특정 정당의 입지 굳히기로만 흐르지는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연합정치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특히 그 성과가 참여주체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전에는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기 마련이던 정치적 성과 분배가 지금은 정치발전의 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이다. 점점 다원화되는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연합정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변화도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각 정치세력들 모두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요구를 내세운다면 협상이 어려워지고 연합정치의 진전도 난망해질 것이다. 소수진영들조차 갈가리 분열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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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6 2009/12/16

대학의 위기와 '문화전쟁'

김누리 / 중앙대 교수

사진: 김누리
오늘 한국 대학은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진리를 추구하는 '교수와 학생의 자유로운 공동체'로서 지녔던 학문적 정체성은 흔들리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적 기관으로서 견지해야 할 사회적 정당성은 동요되고 있으며, 사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권위라는 도덕적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다. 대학은 지금 정체성의 위기, 정당성의 위기, 신뢰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무엇보다도 대학 패러다임의 급진적 전환에서 비롯한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의 징후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나타났다. 대학 캠퍼스를 짓누르던 군사독재 30년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진 자리에 시장독재의 휘황한 광채가 새로운 점령군처럼 퍼져갔던 것이다. 대학은 급격히 '기업'이 되었고, 캠퍼스는 삽시에 '장터'로 변했다.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치총장'의 자리에 기업식 대학경영을 외치는 '경영총장'이 들어앉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급기야 재벌단체 간부 출신의 전문경영인이 총장으로 영입되는 일이 놀라울 것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정치총장이 물러난 자리에 경영총장이…

동시에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경영하는 '대학기업'이 생겨나고, 시장에 뛰어들어 적립금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더니, 마침내 최고의 국립대학마저 '주식회사 서울대학교'로의 변신을 꿈꾸는 지경이 되었다. 캠퍼스의 변화도 눈부시다. 스타벅스 파파이스 던킨도너츠 등 다국적 체인점이 교정에 들어서고, 홈플러스 같은 종합쇼핑몰까지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대학건물 또한 '김우중 기념관' '이명박 라운지' '호암생활관' 등 기업인의 이름을 달고 있거나, 삼성문화관 LG생활관 포스코관 등 기업의 상호를 자랑스럽게 이마에 붙이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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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6 20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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