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태권 작가의 말   


김태권    서울대 미학과 다닐 때 잠시 만화를 그렸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직장 그만 두고 그림 그리겠다고 나섰다가 몇년동안 빈털터리로 지냈다. 

어쩌다 문화일보에 『장정일 삼국지』 일러스트레이션을, 프레시안에 『십자군 이야기』를 그리면서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았고, 만화의 재미를 지식으로 보충하기 위해 서양고전학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여전히 고생 중이다. 

<팝툰>에 만화를, <한겨레신문>에 글을 실으며 『십자군 이야기』 3권을 준비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3kg가 더 빠졌지만, 원래부터 마른 몸이어서 사람들이 잘 몰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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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20세기의 세계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2년의 일입니다. 꽤나 오래됐지요. 그때부터 틈틈이 자료를 구하고 구성을 고민하면서 준비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2008년이 되어서야 처음 몇장을 그릴 수 있었어요. 『십자군이야기』 1권을 처음 구상하고 나서 한두 달 만에 작업에 들어갔던 것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어떨 때는 너무 안타깝고 분해서 자료를 더 읽어나갈 수가 없었어요. 20세기 내내 어리석은 짓은 반복되고 그걸 덮기 위해 똑같은 거짓말이 반복되었지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속상하던지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오지 않아서 몸이 상하기도 했답니다. 또 어떨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구성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나 혼자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사실들을 알리려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엉뚱한 조각글을 쓰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이렇게 너무 싫기도 하다가 너무 좋기도 하다가, 시간이 흘러 분노도 잦아들고 열정도 정제되어서 마침내 '연대기'의 형식으로 20세기를 풀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싫었던 걸까요? 또 뭐가 그렇게 나를 흥분시켰던 걸까요? 이 만화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그 경험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함께 속상하고 또 함께 들뜨길 기대합니다. 결국 이 모든 걸 알리고 싶어서 이 작업을 하는 것이며, 알려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부족한 작업이나마 연재를 시작합니다.

2008.7.30  ⓒ 김태권                                                                                      [1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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