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은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의 첫걸음  

김창수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문위원

'2007 남북정상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총리회담이 11월 14일부터 2박 3일 동안 서울에서 열린다. 남북간 총리회담의 출발은 1989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현재 정부 통일방안의 모태가 되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하면서(1989.9.11) "남북각료회의는 남북의 총리를 공동의장으로 하여 각각 10명 내외의 각료급 위원으로 구성하고 그 안에 인도, 정치, 외교, 경제, 군사, 사회문화 분야 등의 상임위원회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고 언급하였다. 

또 1990년 9월부터 1992년 9월까지 8차례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의 수석대표는 남북의 총리였다. 이 회담에서는 정치, 경제, 군사, 사회문화, 인도주의 등 각 분야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약속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였다. 이와같은 과거의 경험에서 각종 각료급회담을 총괄 조정하는 남북총리회담의 위상이나 역할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남북총리회담의 의제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이다. 2007 남북정상선언은 남북관계 발전, 평화, 번영, 남북관계 제도화 등 크게 네가지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합의사항들을 이에 따라 분류해보면, '남북관계 발전'에 해당하는 조항은 1항 6·15선언 고수, 2항 상호존중과 신뢰, 6항 사회문화교류, 7항 인도주의 협력, 8항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이고, '평화'와 관련해서는 3항 군사적 신뢰구축과 4항 평화체제와 비핵화가 해당된다. '번영'은 5항 남북경협에 집중되어 있으며, '남북관계 제도화'는 총리회담 개최와 정상간 수시 접촉을 비롯하여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및 국방장관회담 개최, 남북 의회간 대화 등 각 항에 자리잡고 있다.

남북총리회담과 남북관계의 제도화

총리회담은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열리게 되므로, 크게 본다면 이 네가지 범주에서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의제를 다뤄나갈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정상선언에 담긴 합의사항 8개항과 별항 2개항 등 총 10개항을 45개 세부항목으로 나누고, 총리회담에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만들며, 공동이행기구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45개 세부항목들 가운데 총리회담에서 세부일정을 잡아 추진해나갈 사업이 있고, 더 중장기적인 사업도 있다. 중장기적인 사업은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수립될 남북관계 5개년 기본계획에 포함시켜서 11월 중에 국회에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가 국내적으로 제도화되는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이와같이 총리회담은 남북관계 제도화의 출발점이 된다. 게다가 총리회담의 핵심의제가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한간 기구와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합의 도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남과 북은 1972년 7·4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남북정상선언 등 5차례에 걸쳐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다. 이 모든 합의에서는 항상 그 이행을 위한 남북공동기구를 구성했다. 7·4공동성명에서는 남북조절위원회,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에서는 각종 남북공동위원회, 6·15선언에서는 장관급회담, 2007 남북정상선언에서는 총리회담을 두기로 했던 것이다.  

역대 정부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관계를 화해협력→남북연합→완전통일의 3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남북연합은 정상회의, 각료회의, 남북평의회로 구성된다. 2007 남북정상선언에서는 남북연합의 구조를 만드는 '사실상의 남북연합'을 출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2007 남북정상선언에서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문제들을 협의"한다는 항목은 남북정상회의로 발전할 수 있다. 남북총리회담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국방장관회담은 남북각료회의의 기초가 된다. 2항에서 합의한 남북 양측 의회의 대화와 접촉은 남북평의회로 발전할 수 있다.

총리회담의 의제와 의의

이번에 개최되는 총리회담에서 남북연합의 기초를 만들기 위한 의제를 별도로 선정할 필요는 없다. 평화와 번영에 대한 현안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발맞추어 자연스럽게 제도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리회담에서는 정상간의 수시 접촉을 위한 기본방향, 부총리급 경제회담과 국방장관회담의 추진일정 등에 대해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당위적이고 추상적으로 되어 있는 항목들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실행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민족의 존엄과 이익 중시(1항), 사상과 제도의 차이 초월(2항), 상호 존중과 신뢰(2항), 내정불간섭(2항), 법·제도 정비(2항), 분쟁을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3항), 전쟁 반대와 불가침(3항) 등이 그런 항목들이다.

지금까지 합의한 남북간 공동기구 가운데 6·15공동선언 이후 21차례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을 제외하고, 70년대의 남북조절위원회나 90년대의 남북공동위원회는 몇차례 열리다 말았다. 이 기구들을 운영하기 위한 규범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세가 변하면 곧바로 중단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항목들이 구체화되면 남북 사이에 만들어지는 각종 기구들의 운영규범으로 정착될 것이다. 

한편 이번 총리회담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의 실현을 위해 만들어야 할 공동이행기구로서 가장 시급한 것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공동위원회'이다. 서해에서의 평화협력은 남북간 경제협력과 군사적 신뢰구축이라는 두가지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므로 별도의 이행기구가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월 8~11일 경제전문가 378명을 대상으로 남북정상회담 경협관련 의견을 조사한 결과, 가장 기대되는 1순위 사업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36%)가 뽑혔다.

NLL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관련해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북방한계선(NLL)이다. 일각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잠정적으로 NLL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에 대한 부속합의서 제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아직까지 해상경계선에 대해 남과 북이 합의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1953년 정전협정에서 육상에는 군사분계선을 설정하였으나 해상에는 분계선을 설정하지 않은 채 54년이 흘렀다. 그사이 해상분계선을 두고 남북 사이에 많은 충돌과 갈등이 있었다.

서해에서 해상분계선 설정은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공동어로구역 설정, 해주공단 조성 등 경제적인 노력을 통해서 이 지역의 갈등과 충돌을 예방하자는 것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의 취지이다. 이번 총리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게 된다면 분쟁의 평화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도 내세울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사실 '공동어로구역 설정' 같은 아이디어는 이미 1982년 손재식 국토통일원 장관이 북한에 제기한 20개 시범실천사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아이디어가 25년 만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사실상의 남북연합'으로 진입

총리회담을 앞두고 농업협력, 조선협력 등 각종 남북접촉이 진행되는 것은 총리회담의 전망을 밝게 한다. 북한의 김영일 내각총리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총리회담을 앞두고 EU 의원들을 면담했으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싱가포르 투자시찰단을 만나기도 했다. 대부분 경제협력이나 투자유치와 관련한 일정이다. 북한이 총리회담에서 경제협력에 비중을 둘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이런 흐름들을 볼 때 이번 총리회담이 실용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실용적인 회담이 된다고 하더라도, 총리회담의 개최는 그 자체로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의 출발점이다. 나아가 남북관계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이고, 남북관계가 확대 발전되어 '사실상의 남북연합'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2007.11.6 ⓒ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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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혹은 4자'의 종전선언 추진, 중국이 섭섭할 일만은 아니다  

이남주 /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남북 정상의 공동선언 중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혹은 4자 정상들이 종전을 선언하도록 추진한다"는 문구에서 "3자 혹은 4자"라는 표현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문제점 중 하나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3자 혹은 4자"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참가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에 중국이 불만 혹은 서운함을 가질 수는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중국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중국이 지정학적 이익 등을 고려한 협력을 계속 유지하고는 있지만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계속 증가해왔으며, 북한은 중국의 한반도문제 개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자신을 배제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공동선언 문구에 대한 중국의 서운함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인용한 중국 관계자의 발언, 즉 "유감 이상의 것"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의 발언은 중국정부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기에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를 근거로 중국정부의 태도를 판단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자 혹은 4자"라는 표현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과 관련한 논의에서 중국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인정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하면 중국이 섭섭해할 일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중국의 참여를 인정한 적이 없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군사적 주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해왔고 남한의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과 작전통수권 장악을 통해 군사적 주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에, 북한은 평화협정의 주체가 북한과 미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평화협정을 논의할 상대로 미국만을 인정하고 주한미군을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이러한 입장은 점차 완화되어왔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평화협정의 체결 방식과 관련해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물론 중국으로서는 1990년대 후반에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4자회담과 최근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등에 참여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자신도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과 관련한 논의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2000년 10월 '조미공동꼬뮈니께'에서 "쌍방은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로 바꾸어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 방도가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였다"고 합의한 점도 중국의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즉 이러한 과거의 선례들은 중국이 한반도에서 영구적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논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데 일정한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평화체제 구축과 중국의 역할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서 중국이 직접 당사자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1990년대 후반 4자회담에 참여했지만 이 회담에서도 평화협정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는 남북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을 선호해왔다. 따라서 중국이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에 참여하는 것과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라는 공식적인 문서에 서명하는 것은 문제의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용된 "3자 혹은 4자"라는 표현에는 한반도 종전선언 같은 중대한 합의에 중국이 참가할 수 있다는 데 남과 북이 합의했다는 사실이 담겨 있으므로, 중국이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어떤 단일한 협정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종전선언, 불가침선언,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등 다양한 구성요소에 의한 복합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고, 각각의 경우에도 참가국의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3자 혹은 4자"라는 약간 모호한 표현이 사용된 것은 불가피하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었지만 종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고, 이 논의는 북핵문제의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의 속도와 결부되기 때문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같은 구체적인 방안이 당장 일정에 올랐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기대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의 구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3자 혹은 4자'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4자도 남북 양측이 합의한 것이며 중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닝 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의 지난 5일 발언은 공식적인 반응으로 비교적 적절해 보인다. 즉 중국정부로서는 이번 공동선언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자신이 당사자의 하나라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에 누가 참여하는가의 문제보다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라는 2005년 9·19공동선언의 합의의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질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한 포럼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포럼이 현재 알려진 것처럼 4자의 형태로 진행된다면, "3자 혹은 4자"라는 표현이 초래한 시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포럼에서는 우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가 어떤 제도와 조약으로 구성될지, 그 속에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어떤 정해진 모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남북의 주도적 역할을 보장하면서 미국, 중국 등의 건설적 역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창의적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2007.10.9 ⓒ 이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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