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사건과 남북관계의 합리적 해법  

김근식 / 경남대 교수, 정치학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그렇잖아도 당국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이번 사건은 남북을 더더욱 돌이키기 힘든 대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나름대로 보인 바로 그날 발생한 일이라 더더욱 안타깝다. 모처럼 잘해보려는 순간에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이 터졌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지금 남과 북 모두 물러서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민간인이 북측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역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군사구역에 남측 관광객이 규정을 어기고 들어온만큼 남측의 원인제공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남과 북 모두 자신의 논리와 감정에 따라 한치의 양보도 힘든 처지인 것이다.

그러나 좀더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은 우리 남북관계의 과도기적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이 본격화되던 1999년에도 서해에선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에 힘입어 남북관계가 진전되던 2002년에도 제2의 서해교전이 벌어졌던 게 남북관계이다. 화해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지구에도 남북의 군사적 대치의 현장은 공존하고 있다. 남측 관광객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지만 출입이 금지된 군사구역에서는 총격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같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이번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인 셈이다.

총격 사망사건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거울

항상 존재하는 불안요인이 실제 사건으로 터져나오는 것은 사실 그때그때 남북관계의 상황에 좌우되는 바 크다. 이명박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남쪽의 대북 입장이 강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대남인식도 매섭게 변했다. 금지선을 넘어 군사구역으로 들어온 남쪽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남북관계가 부드러울 때와 껄끄러울 때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년 해오던 식량지원을 이리저리 미루는 것을 보고 북측 초병은 관광지구를 찾은 남측 민간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더 큰 차원의 구조가 불안한 남북관계의 실제 사건을 촉발하는 토양이 되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일단은 이미 발생한 불의의 사건을 얼마나 현명하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즉자적 여론에 따라 감정적 반북 대결로 치달을 경우 불의의 사고는 의도된 남북관계 파탄으로 귀결된다. 1995년 대북 쌀지원으로 남북관계 진전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던 김영삼정부가 예기치 않은 돌발사건에 잘못 대응함으로써 관계개선은 물론 최악의 남북관계 파탄을 감수해야 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입항하는 배의 마스트(중심부 기둥)에 인공기는 달지 않고 선미에 태극기만 달았던 남측도 잘못이었고, 그렇다고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게양케 한 북측 실무자도 잘못이었다. 오랜 적대관계에서 화해협력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서로에게 익숙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 불의의 사건은 대결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상호 이해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에 나섰어야 했다.

이번 금강산 사건 역시 출입금지 구역을 넘은 남측과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북측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한 잘못이 있음을 상호 인정하는 전제에서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지금의 남북관계를 더욱 안정적인 방향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남과 북 모두 퇴로가 없는 수용 불가능한 요구와 주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상황을 진정시키고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남북대화의 계기로 삼아야

상대방이 도저히 수용하기 힘든 요구와 주장만 내세울 경우 이번 불의의 사고는 또다시 남북관계 파탄으로 구조화될 수 있다. 남측이 내세운 현지 진상조사는 북이 현실적으로 받기 힘든 요구이다. 북측 지역에 남측 당국자의 조사를 허용할 리 없다. 실제 북을 굴복시키거나 태도변화를 이끌 만한 마땅한 카드나 지렛대도 없는 게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북이 내세운 남측으로만의 책임전가 역시 국민정서상 남측이 도저히 수용하기 힘들다. 등을 돌린 비무장 여성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은 그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남측 당국이 참여하는 현지 진상조사 요구를 우회하면서 '과잉대응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한발 물러서면서 북한의 과잉대응 인정과 사과 표명을 받아내는 게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렇게 문제의 첫 단추를 잘 꿰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남북간 실질적 협의를 제안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지속과 안전보장 및 사고처리 씨스템 등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포괄적인 의제를 놓고 당국간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사건이 오히려 남북대화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당국간 대화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이번 사건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음도 큰 문제다. 1999년 민영미씨 억류사건에서도, 같은해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의 상황에서도 당시 남북대화가 유지되고 있었기에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었다. 사실 올해 2월에 남과 북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같은 남북 공동의 금강산 관리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후속논의를 통해 그 기구만 구성되었어도 남측의 참여는 물론이고 사건 수습과정이 훨씬 매끄러웠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당국간 채널이 중단된 것 자체가 이번 불의의 사고를 더욱 확대하는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당국간 공개 혹은 비공개 채널의 유용성이 더욱 빛나게 마련임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서둘러 남북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대외정세는 여전히 남북관계의 개선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북핵문제가 호전되고 있고, 쟁점은 남아 있지만 6자회담이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며 진전되고 있다. 오랫동안 대북 강경기조를 고집했던 이명박정부도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난주 국회개원 연설에서 좀더 전향적인 정책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북정책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 자체는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번 금강산 사건을 계기로 예의 맹목적 강경기조로 회귀한다면 후일 다시 돌아오기 힘든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의 필요성과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번 금강산 사건은 분명 위기이지만 오히려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2008.7.16 ⓒ 김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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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진전을 남북관계 진전으로  

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08년 6월 26일, 북한은 자신의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교역법 적용의 해제 절차에 착수했다. 6월 27일에 북한은 미국정부 대표와 6자회담 참여국들의 TV 카메라 앞에서 영변 핵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고, 미국은 바로 다음날 대북 식량지원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북한은 미국의 식량원조와 관련하여 국제기구 인력의 접근지역을 거의 전지역으로 확대하고 식량배분에 대한 '무작위 모니터링'을 허용했다.

앞으로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제출한 핵신고서의 '검증', 핵프로그램 해체와 핵무기 폐기 등 북한측 행동조치와 그에 대한 미국과 6자회담 참여국들의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 등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더이상 축적할 수 없게 되었고, 북미 양국은 2·13합의와 10·3합의 이행을 성공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상호간에 '말'로 한 약속을 '행동'으로 실행하는 '신뢰'를 쌓게 되었다.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서 지금 최대의 자산은 바로 북미 상호간에 구축된 이 '신뢰'이다. 덕분에 앞으로 상호간 주고받기 협상이 잘 진행되면, 우리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까지도 폐기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남북관계 진전이 당장은 쉽지 않아

그렇다면 북핵문제 진전이 과연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질까? 필자의 대답은 한마디로, 남북관계 진전이 당장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째, 그동안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우리가 원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져왔다. 북핵문제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을 가지는데, 당사자인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대한 자위책으로 나온 '북미간 문제'이며, 남한정부는 개입할 여지가 없는 문제라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왔다. 따라서 역대 우리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협상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북한의 그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는 우리 정부의 최우선적인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나라가 분단되어 우리와 체제경쟁을 하고 있는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이는 우리에게 안보·정치적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통일을 앞당기는 데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우리 정부들은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으로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와 '연계' 혹은 '병행'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연계론'의 문제점은, 민족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다른 나라들의 협상결과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병행론'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병행론은 평화적이고 조속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우리의 영향력 밖에 있는 북핵문제에서 분리해내어 우리가 주체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영역인 민족문제와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국익과 민족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가자는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김대중정부의 전략이 대표적인 병행전략이었다.

이명박정부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양자를 연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불행히도 현정부는 연계전략의 구조적이고 실천적인 문제는 그대로 안은 채, 더구나 집권하자마자 지난 10년간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축적해놓은 남북관계의 성과를 일거에 무시했다. 그 결과 이명박정부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사라짐으로써 그동안 축적된 신뢰와 성과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압력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조그마한 여지마저 스스로 없애버리는 우를 범했다.

6자회담에서 북한이 우리를 '왕따'시키는 상황이 올 수도

셋째,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북미 양국은 즉각적으로 남북관계의 악화가 북미간에 진행되던 북핵문제 협상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아예 북핵문제를 남북관계에서 철저하게 분리해내는 정책을 공동으로 취했다. 이는 이명박정부의 연계전략이 북한은 물론 '동맹국 미국'으로부터도 철저히 차단당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정부는 6자회담 틀 속에서 6분의 1 지분을 갖고 북핵문제에 접근해나갈 수밖에 없으며, 북한이 그동안 6자회담에서 일본을 실질적으로 배제해왔던 것처럼 이번부터는 우리를 의도적으로 ‘왕따’시킬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은 그 의도와 달리 남한의 '국내정치용' 정책이 되고 말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북정책의 대상인 북한과의 관계가 처음부터 끊어졌기 때문에, 우리의 정책에 대한 북한의 호응과 협력을 통해 북한에 영향을 미쳐 우리가 원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해가는 '이행 메커니즘' 자체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대북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데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해 갖는 신뢰'의 존재 여부인데 현상황은, 좀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우리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북한의 호응이나 남북관계의 진전과는 아무 상관없이 우리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명박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으니, 이제 우리는 너희 북한과 협력하려고 한다. 그러니 너희는 이제 우리와 협력하러 나와야 한다"고 해서, 자신의 목숨줄이 남한에 잡혀 있다면 모르되 북한이 그렇게 쉽게 이명박정부에 협력하고 나오겠는가? 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