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운 /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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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조선족 학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근간의 조선족 문학을 개관한다는 강연 요지에 내심 기대했는데, 정작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디아스포라라는 용어가 내포하는 실존적 긴장은 간 데 없고 그저 조선족 문학을 상품화하는 유행어로 남발되고 있다는 느낌에 듣는 내내 불편했던 것이다.

디아스포라가 중요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그 종족 정체성과 국민 정체성 사이에 발생하는 분열과 간극이 20세기 이래 견고해진 국민국가 씨스템의 불안한 내면을 문제화한다는 데 있다. 식민과 냉전이라는 간고(艱苦)한 역사적 조건 아래, 중국 55개 소수민족의 하나로 편제된 조선족은 광의의 의미에서 디아스포라다. 그러나 '다민족 복합국가'로서 소수민족의 국민 정체성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이 말은 불온하게 들릴지 모른다. 게다가 조선족을 제외한 다른 소수민족을 디아스포라로 보는 시각도 좀처럼 없다.

'다민족 복합국가' 정체성에 깃든 불협화음

티베트나 우르무치 등에서 최근 불거진 유혈사태에서도 보이듯 소수민족 문제는 중국의 뜨거운 감자이거니와, 한편 중국의 국가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보가 제한적인지라 그 실상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서구 논리에 편승하여 소수민족을 중국의 압제에 신음하는 피압박자로 일괄 간주하는 것도 섣부르지만, 통합과 화해를 과대 선전하는 중국 측의 논리 또한 귀에 순순히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민족의 문학 및 예술작품은 이 문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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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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