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택 · 이남표

■ 〈창비주간논평〉에서는 이명박정부의 언론통제와 방송장악 시도를 계기로 촉발된 공영방송에 대한 논의를 세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를 결산하는 좌담으로서, 이강택 KBS PD와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을 모셔 공영방송 논의를 종합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며칠 전 단행된 KBS의 대량 보복인사 얘기로 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이강택 PD께서도 그 당사자인데, 이에 대한 KBS 내부나 사원행동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강택

이강택

이강택
  저희 'KBS 사원행동'에서는 이번 인사를 '전범재판'이라 부르고 있어요. 95명에 대한 인사발령이 났는데, 그중 사원행동 소속이 47명입니다. 이번 인사에서는 두가지 지침이 관철됐다고 하는데, 하나는 사원행동의 핵심으로 지목된 소위 'A급 전범'들을 프로그램 제작현장으로부터 확실하게 격리시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원행동' 주요 참가자인 'B급 전범'들을 방송편성이나 주요 정책결정 라인에서 철저히 배제한다는 것입니다. 왜 개편 시기도 아닌 현시점에서, 사전에 아무런 언질조차 없이, 전격적으로 일방적인 인사를 단행했을까? 사실상의 인적 청산을 의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단 반대세력을 무력화하고, 이후 개편에 맞춰 눈엣가시 같은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조직개편을 단행해서, 현재의 팀제 같은 수평적 체제가 아닌 철저한 위계체제를 구축하려는 수순의 일환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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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200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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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5월 15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감사원 특별감사 청구로 본격화된 이명박정권의 KBS 장악시도는 8월 11일 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으로 일단락되었다. 정사장 '퇴출작전'에는 감사원, 검찰 등 모든 핵심 권력기관이 동원되었고 18년 만에 경찰도 투입되었다. 정권은 신속하게 후임사장을 임명했다. 신바람 난 MB는 이후 두차례나 KBS를 방문했다. 한번은 방송의 날 기념식 때문이었고, 한번은 '대통령과의 대화 ― 질문 있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위해서였다.

KBS노조가 침묵하는 가운데 새로 출범한 'KBS 사원행동'이 MB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시민은 아직도 촛불을 밝히고 있고, 방송장악저지범국민행동 등은 지속적으로 길거리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사원행동의 싸움은 '공권력' 앞에 힘에 부치고, 시민사회의 대응은 거대여당 국회의 '입법권' 앞에서 무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벌써 '땡전뉴스'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2008년 9월 한국의 '국가대표' 공영방송 KBS는 다시 '권력 나팔수'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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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200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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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 소설가

작가는 언어의 집을 짓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어 사용에 누구보다도 민감하다. 그리고 작가는 거짓이 아닌 참된 말, 천박하지 않은 아름다운 말에 관계하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유포하는 언어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권력의 언어, 즉 관제언어에는 언제나 거짓이 많고, 침소봉대, 허장성세가 심하다. 그러한 관제언어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가의 체질이다. 그래서 과거 군부독재시절에 적잖은 작가들이 필화(筆禍)를 입었다. 거짓으로 무장한 역대 독재권력들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철권으로 진실의 말을 말살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찌정권의 문화상 괴벨스, 분서갱유의 언론탄압으로 악명높은 그는 언론을 통한 대중조작의 명수였다. 그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의도적 거짓말로써 대중조작, 여론조작을 한 최초의 정치인이었다. 그가 말하기를,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하다가, 그다음에는 설마 그럴까 하고 의심하다가, 자꾸 되풀이해서 듣다 보면 끝내는 믿게 된다,라고 했다.

5공, 6공의 군부독재가 대중에게 유포한 관제언어는 괴벨스의 언어와 똑같은 성격의 것이었다. 태생부터 권력의 나팔수였던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날이면 날마다 관제언어를 읊조리며 대중조작, 여론조작에 앞장섰고, 신문들 중에 처음에 비판적이었던 동아와 조선도 유신 말기에 이르러 권력의 회유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게 해서 권언(權言)복합체가 생겨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여론이 틀린 판단을 하고, 부평초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천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방송과 주류 신문들이 날마다 실어나른 관제언어의 효과인 것이다. 괴벨스가 말한 것처럼,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그다음에는 의심하다가, 나중에는 자꾸 듣다 보니 세뇌되어 믿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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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0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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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 선문대 교수, 언론인권쎈터 정책위원장

흔히 언론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와 더불어 '제4부'라고 한다. 특히 공영방송은 여론형성의 중추적 기관으로서 그 존립이 법적으로 보장된 '사회적 제도'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KBS사태, 〈PD수첩〉 사건 등 최근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은 이를 무색하게 한다. 비록 군부정권의 시녀로 태어났으나 30여년간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국민의 방송으로 진화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것이 진정 착각이었던 것일까. 기존의 공영방송의 이념이나 씨스템이 너무 허약했던 것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은 공익성을 지향한다고 한다. 공익성은 공영방송 외에도 모든 방송, 신문에 부여된 의무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공익성=공영방송'의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양자의 관계는 밀접하다. 그리고 공익성은 통치권력과 상업성 두가지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정권의 이익을 대변할 경우, 이는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제4부'로서의 권한을 포기하고 행정부에 편입되어 시녀로 기능하는 것을 뜻한다. 여론형성의 공론장이 아닌 '여론조성'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준높은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뿌리치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정부에 비판적 여론의 각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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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3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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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이번 KBS 사장 해임사태를 보면서 그간 공영방송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KBS와 MBC 그리고 EBS라는 우수 공영방송을 가진 데에 자긍심을 느꼈던 것이 무색해졌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방송 품질 면에서 서구의 우수 사례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창의력이나 건전성이 서구의 그것들에 크게 뒤지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미약한 공적 재원 규모나 군부독재가 남긴 외상을 고려한다면 지난 20년간의 발전상은 사실 놀라울 정도이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역동적 사회변혁의 중심에 서서 문화적·정치적 진보에 일정부분 기여하며 서구 공영방송의 일반적 모델에 근접하는 길을 걸어왔다. 이는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정적인 일본 체제를 반영하는 데 그쳐 문화적, 정치적으로 모두 보수적이며 관료적인 색채를 띠어온 것과 대비되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필자는 이러한 평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 공영방송 사장이 감사원의 표적감사에 의해 해임권고를 받고, 깨끗하지 못한 과정을 거쳐 임명된 여당측 이사들이 그에 대한 해임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해임하는 한편, 검찰이 그를 잡아다가 조사를 벌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일반적 속성을 생각하면 이러한 일들이 전혀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의 명백한 침탈에 적지 않은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침묵하거나 방관, 방조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러운 것이다. 이들이 그동안 방송을 통해 보여왔던 다소의 진보적 가치는 지난 노무현정권과 코드를 맞춘 데 불과한 것이었던가? 만약 그렇다면 지난 정권 내내 공영방송을 비판해왔던 보수진영의 주장이 옳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는 다시 이들의 주장대로 코드 사장을 해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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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0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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