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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1 부서진 벼루 먹기


고은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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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始祖)새가 있다. 까마귀만한 크기에 대가리는 작고 대가리에 달린 눈은 어쩌자고 크다.

새의 가장 오래된 조상인 이 시조새란 녀석 ― 조상쯤의 생물을 이 녀석 저 녀석이라고 낮추는 것 실례이지만 ― 은 텃새로나 철새로 펄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화석으로 박혀 있다. 나는 그 화석 사진을 본 적이 있을 따름인데 그때 새의 조상인 시조새 화석이 있다면 시의 조상인 시조시(始祖詩)의 화석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유치한 노릇이다.

시란 이런 유치한 천지창조론 근처와는 아무 상관없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하면서도 나의 소년적인 고고학 충동은 시의 어떤 생성 기점을 만들고 싶었던가?

상고시대 수메르의 점토판에 남겨진 카노슈 카드로라는 시인이 쓴 시 한편이 굳이 시조시 노릇을 할지 모른다. 아니면 5천 5백년 전의 그것보다 더 앞선 어떤 아득한 선사시대 그림글씨로 한편의 시가가 어느 암벽에 새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공상 끝에 한국 시문학사의 처음은 한반도 동남의 한 암각화에 있지 않고 훨씬 뒤의 고구려 유리왕의 '꾀꼬리 노래'라든가 고대 중국으로 건너가서 그곳 한자로도 남겨진 '공후의 노래'라든가에 생각이 미치면 차라리 우리의 시조시는 숫제 아침이슬이거니 공중에서 노니는 티끌이거니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허나 시의 시작이 호젓이 나오는 노래이기도 하고 여럿이 더불어 누리는 노래이기도 한 것이 고대시가의 삶이라면 굳이 화석으로, 점토판이나 돌에 새기는 낙서로 남아 있지 않고 그 노래가 노래 뒤의 허공에 스러지는 것이 더 시다운 일이기도 하겠다. 김시습이 시를 쓰는 대로 개울물에 흘려보낸 일을 떠올려보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조시는 5천년 전이나 1만년 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 누군가가 쓰는 그 시의 지금이 바로 시의 조상이라는 근본시학의 비약에 이르는지 모른다.

모든 시는 지금의 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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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1 200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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