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죽었다. 팔월이었다. 나는 일기장을 펼치고 이렇게 썼다. "마흐무드 다르위시, 그가 죽었다. 하나의 유랑이 끝나고 또다른 유랑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다르위시의 부음 앞에서 나는 오래 머뭇거렸다. 그는 아무래도 세상에 다시 와야 할 것이다. 그때, 그는 어디로 올까. 설마 다시 이스라엘 점령하의 팔레스타인? 오, 이런! 탄식과 착잡함이 나를 흔들었다. 세상에 던져지는 개인의 역사와 운명에 대해 무슨 말을 더하랴.    

"팔월에 그는 돌아갔다. 유월에 다시 오기 위하여"라고 나는 다시 일기장에 썼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냥, 그렇게 썼다. 그의 사망을 전하는 외신기사에 첨부된 몇장의 사진에서 운구 헬리콥터 주변에 가득 모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를 향해 V자를 그리고 있었다. 운구되는 그의 시신을 향해 손으로 V자를 그려 보이는 팔레스타인 소녀도 보였다. 그들은 한사코 V자를 만들었다. 아, 저들은 다르위시의 마음으로 다르위시를 보내고 있구나! "시는 자유를 향한 거대한 광기입니다. 아무리 삶이 칠흑같이 어둡더라도 그 안에서 빛을 찾고 희망을 만드는 게 시인의 사명입니다"라고 말하던 그.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불치의 병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던 그의 방식으로 그를 보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았다.

아직 아프지만, 그래도 당신은 외롭지 않다…… 나는 그에게 속삭여주었다. 그 밤에 오랫동안 하늘을 보았고, 별똥별을 찾았지만 별을 볼 수는 없었다. 오월부터 내내 작업실 베란다에 켜놓았던 촛불 옆에 초 하나를 더 밝힌 밤이었다. 삼일장(三日葬). 내 식대로! 삼일 동안 켜둔 다르위시를 위한 촛불은 삼일 후 바닥에 심지만 남기고 납작하게 접시에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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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9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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