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을 말함

2011/07/13

정치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

손홍규 / 소설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에게 수시로 얻어맞았다. 어린 내가 생각하기에 정당하게 맞은 적은 없는 듯했다. 한번은 어찌나 심하게 귀싸대기를 맞았는지 기절하기까지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어느날인가 아버지는 근엄한 얼굴로 내게 회초리를 꺾어오라 했다. 양심대로 꺾으라고 했다. 나는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너무 굵으면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고 너무 가늘면 두배로 얻어맞을 것 같아서였다. 대체 양심적인 굵기는 어느 정도란 말이냐.

회초리를 든 아버지 앞에 바짓가랑이를 걷고 종아리를 내놓은 순간은 눈앞이 캄캄했다. 내가 정말 당신의 자식이 맞나 싶었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더니. 그러던 아버지였는데 내가 중학생이 되던 날 더는 매를 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학생이면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버지에게 한 대도 맞지 않았다. 대신 선생님들에게 맞았다.

매질에 담긴 진심과 변명
 
체벌을 가하는 선생님은 두 부류였다. 맞아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경우와 회초리만 들어도 몹시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있었다. 후자의 경우 주로 자신만의 전용 몽둥이를 지녔는데 거기에는 예외없이 '사랑의 매'라는 글자가 씌어져 있었다. 어른이 된 뒤에는 군대에서 맞았다. 군대에서 맞을 때에는 대부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구타를 하고 나면 고참은 빵과 과자 따위를 사준 뒤 다정하게 어깨를 툭툭 치며 내가 너 미워서 때린 게 아니라는 걸 알지,라고 말했다. 그럴수록 나를 미워해서 때렸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문보기

2011/07/13 2011/07/13
<더 리더>를 읽고

백지연 / 문학평론가

지난주 우리를 깊은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국가권력의 폭력성이 어느 수위에 이르렀는가를 소름끼치도록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동안 상식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 풍토에 대한 무기력증과 정치적 불감증은 망각과 체념을 집단적인 처세술로 활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적당한 동조와 타협을 거부한 그는 목숨을 걸고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힘들고 고독했을 그 결단 앞에서 우리는 이제껏 진부하다고 여겼던 진실, 정의, 도덕 등의 가치들을 새삼스럽게 떠올리며 숙연해진다.      

역사 속에서 한 사회구조를 지배하고 그 구성원의 윤리감각마저 마비시키는 국가권력의 폭력적 메커니즘은 홀로코스트 사례들을 통해 자주 분석되어왔다. 라울 힐베르크나 한나 아렌트 같은 연구자들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유대인 집단학살은 히틀러가 지휘하는 나찌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타자를 차별하고 제거하는 잔인한 학살의 작업에는 한 사회의 "모든 전문직, 모든 직종, 모든 계층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동원되었다. 국가폭력은 그것을 수행하는 정치집단뿐 아니라 그것에 침묵하는 모든 구성원들까지 동조자로 끌어넣는다. 

more..

2009/06/03 2009/06/03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