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이 / 문학평론가

3만 킬로미터. 매 끼니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들의 이동거리를 합한 평균 수치다. 하루 세 끼의 이동거리의 총합은 무려 9만 킬로미터에 이른다. 날마다 우리는 지구를 두 바퀴도 넘게 돌아온 것들로 밥을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의 무한경쟁 속도전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우주적인 거리를 달려온 글로벌 푸드를 먹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끼에 3만 킬로미터짜리 먹을거리들을 삼킨 몸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지, 안녕할지, 두렵고 곤혹스러운 의문이 든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밥은 '즐겁게 먹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싼 값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세계화'의 이름으로 기획된 이 사이비 해결(없던 문제를 만들어 더 많은 문제가 생기는 방식으로 해결하는)의 총공세에 중국산 곡물과 야채, 미국산 밀과 콩, 호주산 쇠고기, 칠레산 홍어, 중동산 과일 들이 대거 동원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쾌적한 마트에서 세계 각국의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을 사먹는 것은 어느새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세계적인 먹을거리의 이벤트가 아침저녁으로 세상의 모든 식탁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삼십여년 전 우리 집 둥근 밥상은 우리 마을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식탁은 지구다."(「식탁은 지구다」) 이문재의 통찰력 깊은 이 싯구는 모호한 비유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의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문명사회에서는, 일상적인 사실이 시적 비유를 훌륭히 대체하거나 훨씬 압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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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2 200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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