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 서울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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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기 피곤하다고들 말한다. 걸핏하면 큰 사건이 터져 주권자인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전문가에게 맡겨도 될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부정사건으로 배아줄기세포 등 생명과학에 대해 집중적인 공부를 강요당했고, 2007년 한미FTA 추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사업을 둘러싼 공방 때도 국민은 거의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공부를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소위 ‘전문가’들에 맞서서 상식과 이성을 지키기 위해서, 몰라도 인생에 별 지장 없을 공부를 억지로 했다. 얼마전에는 한미 FTA,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오류 파문으로 영어공부도 다시 해야 했고, 1997년 IMF 구제금융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 등 걸핏하면 터지는 대형 금융사고를 이해하기 위해 관치금융의 실태, 금산분리를 둘러싼 경제학의 이론과 실제에도 정통해야 할 판이다.

서울대 법인화 논란, 또다른 공부거리?

이런 판국에 서울대 법인화 논란에도 민주시민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이건 정신적 고문에 가깝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서울대의 체제개편 문제라면 똑똑한 대학 구성원들과 정부 당국자가 알아서 처리할 일 아닌가. 더구나 서울대 체제를 개혁하겠다는데 노동조합이나 일부 교수들이 반대를 한다? 이건 보나마나 지나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기득권세력의 '철밥통 지키기' 내지 무사안일주의가 분명하겠지. 대학서열구조의 정점에서 갖가지 특혜를 누리는 국립 서울대가 연구와 교육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충실히 봉사하기는커녕 자기 문제 하나 똑바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배아줄기세포 공부를 강요할 때부터 다 알아봤다며 혀를 찰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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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8 20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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