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 제주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비자금 및 변칙증여를 둘러싼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어제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용철 변호사가 삼성측에서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적이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아마 웬만한 국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민주주의의 위기'임이 선포되었을 것이다.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는 것이 그 나라를 규정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그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은 후,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데에 있다. 폭로 직후에는 검찰도 금융감독원도 꿈쩍하지 않았다. 특검을 하느니 마느니 정치권에서 논란을 벌이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가면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조직적인 불법을 저지른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대책을 수립하고 증거를 폐기하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뜬금없는 이유를 들어 특별검사제 도입을 막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많은 정치인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검을 들고 나온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다른 속셈이 있거나, 무능하거나, 순진하거나 셋 중 하나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특검 도입 논의가 결국 좌초된다면, 상대측에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되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보면, 역시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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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0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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