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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4 '어처구니'없는 지지가 아니다

최태욱 /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학과 교수

어처구니는 맷돌을 돌릴 때 쓰는 나무 손잡이의 이름이다. 지난 10월 17일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에 서명한 후 나는 주위의 여러 분으로부터 "이 상태에서 범여권이 포함된 진보개혁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냐?"는 일종의 힐난을 받았다. <의제 27>은 여러 정당과 정파로 나뉘어 있는 민주·진보·평화·개혁세력들에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연대하여 대선에 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러한 요구 자체가 결국은 어처구니없는 지지로 판명되리라는 것이었다. 진보개혁세력이라는 맷돌을 제대로 돌릴 수 있는 '어처구니'는 <의제 27>의 주장대로 공통의 가치와 정책이어야 하지만, '잡탕정당'에 불과한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주축이 되는 연대가 (설령 성사된다 할지라도) 어떻게 그것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었다. 범여권세력이 취해야 할 현명하고도 당연한 도리는 '아름다운 패배'를 준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후일을 도모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스스로 진보를 표방했던 노무현정부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한 현실에서 이러한 주위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사실 나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념과 정책 중심의 정당정치 활성화가 한국정치 발전의 핵심과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터였다. 금번 대선정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지난 6월 열린우리당이 통합신당으로 새출발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6월 13일자 《한겨레》 칼럼을 통해 범여권은 대선만을 목표로 일회용 정당 급조에 나설 일이 아니라 무엇보다 정체성이 분명한 이념정당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개월 후 나는 다시 같은 신문 9월 5일자에서 가치와 정책지향성이 유사해 보이는 유력 정치인들, 이를테면 김근태, 신기남, 임종인, 천정배 의원 등이 문국현씨 등과 함께 중도진보정당을 만들어가야 하리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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