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 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북의 핵실험 때문에 기존의 여러 담론들이 한가롭게 느껴지게 되었다고 어느 모임에서 한 시인이 말했다. 듣는 순간, 그렇다면 참 큰일이다라는 걱정과 함께,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로구나 하는 생각 또한 드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사실 그동안 우리는 마치 분단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듯이 한가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남한만의 선진화를 꿈꾸기도 하고 분단국가로는 달성할 수 없는 평화국가나 평등사회를 주창하는 일도 흔했다. 이런 담론들이 이제 한가롭게 느껴지기에 이르렀다면 그것도 하나의 진보일 법하다. 북은 우리가 '실패한 국가'로 낙인 찍어 외면한대서 그대로 사라져주거나 조용히 잊혀질 수 없는 우리 현실의 일부임을 이제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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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5 2006/10/25

백낙청 | 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북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는 또 한번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 미국의 대북압박이 한층 강력해졌음은 물론, 남북 당국의 관계도 온통 싸늘해졌다. 남측의 쌀과 비료 지원 유보에 맞서 북측은 이산가족 화상상봉계획과 금강산 면회소 건설작업을 중단했다. 그 결과 남쪽 사회에서는 협력관계의 조속한 복원을 염원하는 소리도 들리지만, 저런 사람들을 상대로 아직 남아 있는 민간교류조차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난의 목청이 오히려 드높아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한반도의 통일과정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차분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식 통일을 '시민참여형'으로 규정하는 것은 일반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역사과정이 어느 경우에나 바람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고 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객관적 조건으로서, 베트남·예멘·독일 등 각기 '시민참여형'에서 벗어나거나 그에 미달하는 통일의 선례들이 한반도에서는 되풀이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남북의 느슨한 연합조차 마다한 채 '개량된 분단체제'를 꿈꾸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모르는 몽상가들이다. 신자유주의와 신군사주의가 판을 치는 오늘의 세계에서 분단된 한반도는 미사일 위기, 핵 위기 등 온갖 위기가 속출하는 위험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으며, 종국에는 그냥 위기가 아닌 엄청난 재앙을 당할 확률이 높다. 이런 파국을 피하기 위한 통합이 점진적·단계적 진행말고는 방도가 없다는 사실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의 폭넓은 능동적 참여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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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6 200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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