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 시인

어제 ㄱ생명에서 사외보를 만드는 심아무개 박사한테서 메일이 왔다. 내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이번 호에 재수록하려고 하는데 원문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메일이었다. 그는 이 시를 인터넷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은 2연으로 된 짧은 시이고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해서 시가 들어 있는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고 그냥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하고 답변 메일을 쓰다가 혹시나 해서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2연으로 된 이 시에 3연이 한 단락 더 붙어 있었다. 이 시의 1연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로 시작해서 5행 정도의 내용이 이어지고, 2연은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로 시작해서 5행 정도의 시가 서로 댓구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누가 “아프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로 이어지는 3연을 만들어 붙인 것이다. 앞의 내용과 똑같은 구문, 똑같은 어법으로 말잇기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시 공부를 하면서 '모방하여 쓰기'를 하는 적이 있는데 꼭 그같은 방식으로 씌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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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2007/06/26

박형준 | 시인

최근 우리 시단의 중요한 흐름 중의 하나는 산문화(散文化) 경향이다. 한 젊은 시인의 고백은 흥미롭다. "시가 스스로를 갱신하는 한 방편(사실은 가장 크고 효과적인 방편)으로 저는 산문을 꼽고 싶습니다. 시가 시에만 매달릴 때 딱딱한 석고상 이상의 자세를 못 보여주는 한계를 시 바깥에서 꽝꽝 깨고 들어오는 것이 산문인 것 같습니다."(김언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자>)

최근 들어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젊은 시문학에서는 '상징의 해체'가 대세를 이룬다. 이들은 상징이 근원 혹은 기원과의 합일을 꿈꾸며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 일치한다는 '향수'에 기반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자신들의 시는 이것을 말하고 저것을 뜻하기에 차이의 수사학이라고 명명한다. 유추와 동질이라는 상징과 달리, 이것을 말했는데 시간이 흘러 저것을 뜻하기에, 언어가 실체를 지칭하지 못하는 어긋남의 수사학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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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0 200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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