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충돌의 뇌관, 북방한계선의 역사적 진실

서재정 /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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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 희생자는 사망한 장병 46명과 그 가족이라는 데 이의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로 파생된 여파는 남북관계를 커다란 격랑에 출렁이게 했고, 이 와중에 연평도 포격이라는 또다른 비극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으로 시작된 격랑은 바야흐로 소용돌이가 되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를 전쟁의 위기로 휘몰아쳤다. 천안함사건 일주년을 맞아 그 소용돌이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이 할퀴고 남긴 상처는 도처에 남아 있다. 그 소용돌이의 진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소용돌이의 근원은 아무래도 한반도 분단이다. 천안함 침몰이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건, 남북분단 상황에서 군대를 키우고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와중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천안함 침몰은 예외적 사건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사건이 터질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단이고 군사적 대립이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지 않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지 않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고, 역으로 분단과 군사대결이 지속되는 한 어떤 모습으로든 터질 수밖에 없는 인재가 아니었던가.

천안함, 연평도… 화약고로 변한 서해

미사일과 핵무기가 횡행하는 한반도 어느 구석이라고 분단의 위협에서 자유로울까만 그중에서도 서해는 화약고 중의 화약고라고 할 것이다. 육지에는 적어도 확실하게 그어진 군사분계선이 있고 그 남북으로 비무장지대가 있기라도 하지만 서해는 합의된 분계선조차 없는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있기 전에도 이 수역에서 수차례의 군사충돌이 있었고, 북방한계선을 군사력으로 지키겠다고 군사훈련을 벌이는 와중에 천안함도 침몰하고 연평도 포격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는가. 이 지역이 이렇게 특별히 위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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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3 2011/03/23

신년칼럼

백낙청
/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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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한국사회는 유달리 시련이 많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의 한달 남짓 동안 슬퍼하고 분노하며 불안해할 일이 넘쳐났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연평도사건 자체로 말하면, 그 이유와 경위가 무엇이건 남쪽 땅에 대한 북측의 의도적인 포격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남측의 초기 대응이 너무 어설픈 게 불안했고, 뒤늦게 '전면전 불사'를 외치며 위기를 키워가는 방식이 도리어 불안을 키우고 분노마저 자아냈다.

12월 8일에는 국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안보위기를 틈타 예산안 등의 날치기 통과를 감행했다. 권력분립과 법치주의가 완전히 짓밟혔고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을 또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날치기는 4대강사업과 이른바 '친수구역법(親水區域法)'이라는 관련 악법의 추진이 가장 큰 동기였던 모양이다. 이로써 자연파괴는 물론 법치와 민주주의의 파괴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자랑하는 신속한 경제회복은, 그 자체를 의문시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를 차치하고도, 서민생계에 대한 위협과 일자리 부족을 개선하지 못했다. 아니, 변변한 일자리를 가진 층에서도 자녀 양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을 못 이겨 '출산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11월 29일 담화에서 북한의 자발적 핵포기 가능성을 배제했으니 '비핵·개방·3000' 정책의 실질적 파탄을 자인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전쟁 아니면 상시적 위험 속에서 북한이 무너져주기만을 기다리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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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0 2010/12/30


김종대 / 군사전문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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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0일 우리 군은 연평도 서남단 해상에 K-9 자주포, 105mm 견인포, 81mm 박격포, 벌컨포 등 복합적 화기를 동원하여 사격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실시된 이 훈련에서 사전에 우려를 자아냈던 남북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군은 1974년 이래 통상적으로 해온 방어훈련인만큼 우리 영토에서 주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로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연평도 서남단에 사격했다는 것이 북한의 반대 방향으로 쏘았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으나 사실은 그 반대다. 연평도 서남쪽이 바로 북한 해안이다. 즉 북한 해안 북방한계선(NLL)으로 사격한 것이고,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하지만 연평도에 자주포가 증강된 것이 최근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에 비해 그 강도와 의미가 사뭇 다르다. 지난 11월 23일에도 북한 해안 쪽으로 4시간 20분 동안 약 3960발의 폭탄을 발사하는 대규모 사격훈련을 하다가 남북간에 교전이 발생했다. 천안함사건과 북한의 8월초 포격에서 포탄이 NLL을 월선한 데 이은 우리의 대응훈련은 명백히 무력시위를 성격을 갖고 있었던 것이고 북한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과연 통상적 방어훈련이었나
 
지금은 서북해역에서는 남북간 사소한 군사행동이 곧바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전개중이다. 그만큼 이 해역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백령도에서 평양까지는 불과 90km밖에 안되지만 서울까지는 200km다. 우리나라 영토 중에 서울보다 평양이 더 가까운 곳은 서북도서(島嶼)밖에 없다.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이들 섬은 꼼짝없이 독 안에 갇히는 비대칭적 대치구도다. 서북 5도는 작은 섬인 데 반해 코앞에 마주하는 북한은 광활한 육지다. 따라서 여기에 아무리 많은 야포와 미사일을 증강한다 하더라도 지형적 불리함이 극복될 수 없다. 그래서 이제껏 서북 5도는 섬 방어를 위한 필수전력을 최소한으로 구비하되, 서북해역의 방어는 현장의 군사력이 아니라 후방에서 지원하는 지·해·공 합동전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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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2 2010/12/22


조효제 / 베를린자유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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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오디쎄이아》 12장에는 유명한 쎄이렌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통과할 뱃길 길목에 두 쎄이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 오디쎄우스는 밀랍을 손으로 이겨 뱃사람들의 귀를 막고, 자신의 손과 발을 돛대에 묶게 한다. 쎄이렌의 노랫소리에 유혹되지 않기 위해서다. 마침내 쎄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뱃사람들은 더 열심히 노를 젓는다. 오디쎄우스가 유혹에 넘어가려 하자 일행인 에우릴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그를 더욱 세게 밧줄로 묶어서 일행은 결국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신화에서 힌트를 얻어 국제관계학에서 이른바 '결박 이론'이 나왔다. 자신의 손발을 묶어버림으로써 온건한 협상의 퇴로를 스스로 차단한다는 뜻이다.

전쟁의 발발도 '결박 이론'으로 해석 가능하다. 무력충돌은 언제나 무력의 사용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상대방이 계속 어깃장을 놓으면 우리 쪽에서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암시를 해도 상대가 그것을 진짜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저 협박용 발언이거나 강경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이때 우리 쪽에선 우리 의도가 그저 공허한 언사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강경한 메씨지를 발표하거나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1차 걸프전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자신의 결전 의지가 확실함을 보여주기 위해 수차례 공개적으로 쿠웨이트 해방을 단언했고 실제로 50만 이상의 미군병력을 걸프지역에 배치했다.

강경대응 선언에 뒤따르는 정치적 효과

이렇게 스스로 손발을 묶어버리는 행위엔 두가지 효과가 따른다. 우선 상대방에 대해 우리 쪽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 진정한 의도가 있음을 새삼 인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행동이 자기 쪽에 대해서도 구속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까지 호언장담해놓고 막상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될 공신력의 추락은 충돌 자체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청중 비용'이다. 국제적으로든 국내에 있어서든 자기가 한 말을 실제로 실천하지 않을 때 받게 될 타격을 뜻한다. 그러니 잠재적 '청중 비용'이 커질수록 공언이 공언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급격히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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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2010/12/08

안보를 묻는다

2010/12/01


김연철 /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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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를 묻는다. 대화하라고 말하지 않겠다.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겠다. 문제는 안보다.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를 공격했다. 어떤 상황논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도발이다. 어떻게 대응했어야 하나? 두가지다. 청와대가 처음에 선택한 단호한 대응과 확전방지가 정답이다. 그러나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의가 없는 시대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울림이 있듯이, 안보가 구멍 뚫린 시대에 안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북한의 도발을 현장에서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포는 고장나고 레이더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해할 수 없다.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서해 아닌가? 2009년 11월에 3차 서해교전이 있었고, 올해 들어와서는 북한 잠수함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침투해서 유례없는 신기술인 비접촉 폭발로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장소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이렇게 안보태세가 허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구멍 뚫린 서해에서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우리는 천안함사건 직후 정부가 쏟아낸 단호한 말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안보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천안함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당연히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무능한 안보

군사안보에서 핵심은 정보능력이다. 정부의 말대로 연례적인 포격훈련이라고 하자. 그러나 북한은 대응공격을 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해안포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상과 감청 정보를 분석하면 북한의 공격징후를 사전에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훈련을 하더라도 최소한 민간인 대피는 시키고 동시에 북한의 공격에 반격할 준비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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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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