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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들

2009/11/18


김사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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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서울을 묘사하는 방식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러시아워의 신도림역, 명동과 강남역 앞의 인파, 금요일 새벽 1시의 홍대 앞,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살해당한 사람들의 수, 등록된 외국인노동자의 수, 매형마트의 매출액 1위 품목, 새로 지어지는 빌딩들의 수…… 그에 따라 서울은 국제화된 메가씨티나, 범죄로 가득한 필름 누아르의 배경, 미세먼지 자욱한 오염된 도시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그문트 바우만을 흉내내자면, 여긴 거대한 쓰레기장이다. 도시는 쓰레기들 틈에서 피어나고, 쓰레기들과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그 쓰레기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 하나가 도심 한복판, 아름답고 오래된 공원의 커다란 나무그늘 속에 살짝 감추어져 있다. 그건 노인들이다.

물론 그들이 쓰레기인 것은 진짜 쓰레기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들을 쓰레기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은 종로로 향하는 새벽 버스와 대낮의 지하철 1호선과 모든 역앞 벤치를 장악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영화 <디스트릭트9>에 나오는 성가신 외계인처럼 취급한다. (왜 하필 그들은 내가 사는 도시의 하늘에 멈추어야 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처럼 혐오스러운 외계인이 되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 그들의 늙음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온힘을 기울인다. 하지만 늙지 않는 인간은 없다. 어쩌면 바로 그렇기에 사람들은 늙는 것을 죽도록 혐오하고 늙은 자들을 기피하며, 미셸 우엘벡이 소설들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듯이, 늙느니 죽음을 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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