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 /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

이명박정부의 수많은 장관 가운데 한명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취임사를 굳이 기억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의 취임사에는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 하나 있다. "그리고 소통되기를 바랍니다. 대립을 부추기는 것들을 없애고 문화부 내에서만이라도 이념이 아닌 인간성에 근거한 문화로 소통되기를 바랍니다."

문화부장관다운 발언이자 실용주의를 섬기는 정부의 각료다운 취임사였다. 그러나 소통, 대립지양, 탈이념을 향한 그의 소망은 열이틀 만에 무너졌다. 정부 산하기관뿐 아니라, 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과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느닷없는 '좌파사냥'에 뜻하지 않게 유장관이 너무도 신속하게, 그러나 어울리지 않게 맞장구를 쳤기 때문이다. 유장관은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왜 그가 취임사의 다짐을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스스로 무너뜨렸는지 제3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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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20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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