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해당되는 글 1

  1. 2011/05/11 살아남은 자의 슬픔

영화 〈무산일기〉 를 보고

노대원 / 문학평론가

* 이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누추한 입성의 사내가 투덜거리며 철거촌을 지나 임대 아파트로 돌아온다. 그는 피 묻은 옷을 황급히 씻어낸다. 누군가에게 폭행당한 것이다. 영화의 끝은 이렇다. 이제 사내는 말쑥해졌다. 그는 길 가운데 서 있다. 아끼던 개 '백구'의 주검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 무심한 듯 고개를 돌려 제 갈 길을 간다. 그렇게 영화는 폭력의 흔적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난다. 최근 국제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범 감독의 영화 〈무산일기〉다.

영화는 탈북주민 '전승철'이 남한사회에서 힘겹게 살아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카메라는 눈에 보이는 폭력과 보이지 않는 폭력의 한가운데서 겨우 버티며 한 사내의 움츠린 뒷모습을 따라다닌다. 스크린을 뒤흔드는 핸드헬드(카메라 들고 찍기) 장면들은 때때로 어지러울 정도로 거칠고 투박한 편이다. 하지만 그 거칠고 어지러운 화면 속의 세상은 승철의 삶과 잘 어울린다. 험난한 세상 속에 맨몸으로 던져져 자주 얻어맞으며 살아가는 그의 눈에도 세상은 꼭 그렇게 어둡고 스산하게 보일 것이다.

공화국의 국경 너머 그를 기다린 것

승철은 고향을 등지고 이곳으로 탈출했다. 고향 함경도 무산(茂山)은 이름과 다르게 민둥산의 굶주린 땅이 되었다. 허기 끝에 그는 옥수수 하나를 두고 친구와 싸운다. 다음날 그곳을 가보니 얻어맞아 쓰러진 친구는 여전히 누워 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승철이 맛본 것은 결국 옥수수가 아니라 죽임과 죽음, 극한의 지옥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생존을 위한 원초적 폭력을 피해 무산계급의 공화국에서 달아난다. 살아남기 위해 아마도 틀림없이 죽음을 무릅쓰고서 국경을 넘었을 것이다.

전문보기

2011/05/11 2011/05/11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