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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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아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은 우리의 일상이 불현듯 뒤흔들릴 수 있다는 실존적 불확실성을 상기시킨다. 잠시나마 주가가 크게 출렁였고,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의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졌으며, 이미 한참 후퇴한 통일의 전망은 또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먹고사는 데 바쁜지라 잠시 미루어두었던 세상 걱정과 나라의 앞길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저녁자리의 화제로 오른다. 물론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2차대전이 끝나고 또 냉전체제가 종식된 뒤 한참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지역에 평화를 안착시키는 일은 왜 이렇게 지난한 것일까?

경제에 강한 동북아가 평화에는 취약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은 20년을 지속해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시위에서도 다시금 확인된다. 1992년 1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침묵시위는 어느새 1000회가 되었지만, 일본정부의 시계는 '1965년 한일협정'에서 멈춰서 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의 책임있는 태도와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자협의를 강력하게 제안했음에도 철저히 이를 외면하는 일본정부의 대응은 한국인들의 분노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팔순이 넘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금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평화비를 세우고 일본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쟁의 폭령성을 함께 기억하는 것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이 우리에게 증언하는 엄청난 고통과 용기, 그리고 분투의 과정은 단지 반일감정이나 애국주의로는 다 표현될 수 없는 더 큰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독도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일본 식민지배의 청산이라는 맥락은 같다 하더라도 독도 문제가 영토와 주권에 관한 것이라면, 일본군 위안부 사건은 전쟁의 폭력성을 단죄하고 인간의 존엄성, 여성의 인권을 되살리고자 하는 인류 모두의 염원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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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2011/12/21


김아현 /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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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일이 힘들다고 했다. 건장한 체구에 타고난 체력, '강정 소(牛)'라 불리던 초로의 남자는 진통제를 먹고도 통증 때문에 침상에 눕지 못했다. 강제연행 과정에서 입은 부상도 부상이었지만, 4년이 넘도록 하루에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어 누적된 피로는 그의 눈자위를 누렇게 물들이고 있었다.

눈을 붙인 지 두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무렵, 형사들이 응급실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전날 연행된 '공안사범'을 병원에 데리고 와 잠자게 하는 상황에 분노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정제를 투여해 잠을 재우는 것이었지만,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억지로 링거를 빼고 의식이 몽롱한 '강정 소'를 질질 끌고 나갔다.

평화롭던 섬마을을 덮친 공안정국

업무(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방해 혐의로 8월 24일 불법연행--그는 연행 당시 업무방해를 하지 않았으며 담당 공무원과 대화를 시도중이었다--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당시 그가 수감중이던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의 감호 아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서귀포서 형사들에 의해 다시 유치장으로 끌려가 다음날 구속되었다. 진정제 투여를 억지로 중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의료진의 우려나 보호자의 항의는 '우리(형사)들이 먼저 죽겠다'는 분노를 앞설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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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1 2011/08/31

김연철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정치외교학

한반도는 전환기다. 남북관계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쌓아온 교류협력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북핵문제는 일년 전 9·19공동선언의 성과가 사라지고 기약 없는 교착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어떤가? 세계적 차원에서 군사전략을 전환하려는 미국의 필요에서 비롯된 전략적 유연성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은 국내적으로 격렬한 이념논쟁을 촉발시켰다. 보수진영은 자신들이 이미 1990년대초 노태우정부 당시 작통권 환수를 추진한 사실을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보수 이념의 기초인 '국익'조차도 부정되는 현재의 담론상황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는 '통일담론'과 '평화담론'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처럼 전환기적인 상황에서 이 논쟁은 새로운 미래담론을 정립할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통일과 평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6·15담론'은 통일과정에서 실현가능한 평화의 문제를 핵심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평화개념'이 부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근대(안보)국가의 해체라는 이상주의 이전에, 남북 양체제(북의 선군정치와 남의 냉전반공주의)의 민주주의적 진화와 남북관계에서의 냉전 해체를 위한 현실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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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6 200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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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치학

참여연대 평화군축쎈터의 '평화국가 만들기' 제안에 대해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유재건 교수가 지난주 이 지면에 비판적 논평을 게재했다. 평화군축쎈터의 <이제 '평화국가'를 이야기하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 글에서 《창비》가 관심을 기울이는 6·15담론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6·15담론이 평화국가담론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과정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냉전시대의 안보담론과 안보정책을 넘어서야 하는데, 6·15담론이 주요하게 고려하는 기능주의적 접근만으로는 이 도약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한이 공유하고 있는, 특히 북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6·15담론의 강한 민족주의적 정향(定向) 때문이었다.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과정은 동북아적·세계사적 보편성을 담지할 때 실현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남한 시민사회발 평화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국가 만들기'는, 남한이 안보국가에서 평화국가로 전환함을 통해 한반도 분단체제를 허물고 동아시아 평화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종국에는 지구적 차원에서 평화국가의 연합을 형성하고자 하는 이론적·실천적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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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30 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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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새로운 패권주의를 경계한다

유재건 | 부산대 교수, 역사학

지난 8월 10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쎈터 주최로 심포지엄〈이제 '평화국가'를 이야기하자-평화국가 구상과 시민사회운동〉이 열렸다. 남한을 '평화국가'로 만들자는 제안을 담은 이 심포지엄은 냉전과 탈냉전의 교차점에 서 있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우리 사회의 진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평화국가' 구상은 올여름을 뜨겁게 달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논란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내세운 군사주권의 온전한 회복을 통한 자주국방은 그 토대 구축을 위해 군비강화와 국방체계의 재편을 과제로 삼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북한과의 군축협상 등 남북간 실질적인 긴장완화를 위한 지렛대로 표현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자체적 군비강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제 자주국방과 안보의 개념에 대한 한층 근본적인 문제제기 또한 필요해진 싯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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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3 200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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