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우 |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한국소설의 위기를 장편소설의 활성화를 통해 돌파하자는 제언들이 최근 부쩍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의 〈한국소설, 장편으로 진화하라!〉(《한겨레》2007.1.1)로 촉발된 이러한 논의는, 문학평론가 남진우의 〈장편소설의 시대를 열기 위하여〉(《한국일보》2007.1.10)에 이어 《창작과비평》 2007년 여름호의 특집기획 '한국 장편소설의 미래를 열자'를 통해 한층 구체적이며 포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창작과비평》의 최근 논의는 장편소설에 대한 작가들의 육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 소설문학의 진로에 대한 소중한 참조가 되리라고 본다.

단편 중심의 소설문학에서 탈피하여 장편소설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이러한 논의들이 지금 이 시대 소설문학의 침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소설의 시대를 열어젖히고자 하는 진지한 모색의 일환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아울러 최근의 장편소설 대망론이 국제화시대에 한국문학의 위상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의도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창조적 장편의 시대를 대망하는 몇몇 논자들과 《창작과비평》의 입장에 한편으로는 공감하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이 논의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몇몇 지점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그 점들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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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2007/06/12

한국문학 번역의 과제들

안선재(Brother Anthony) | 한국문학 번역가, 서강대 명예교수

한국인들은 흔히 한국문학이 해외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번역 출간된 작품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2001년 이후에 70편이 넘는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었고 다른 언어로 번역된 작품 수는 분명히 그보다 더 많다. 자주 듣는 또다른 말은, 한국문학의 번역은 형편없어서 노벨문학상 같은 것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나의 첫번째 답변은, 최근에 작품이 거의 번역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들도 있다는 것이다. 번역과 성공적인 마케팅은 노벨상을 타는 선행조건이 아니다. 두번째 답변은 지난 10년간 내가 봐온 한국문학 번역작품은 원작의 내용을 충분히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상당히 괜찮다는 것이다. 세번째 답변은 노벨상 수여기관인 스웨덴 왕립아카데미 회원들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씌어진 문학작품을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명백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그들이 내린 판단은 대부분 심각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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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5 2007/05/15

이시영 | 시인

문학사란 어느 면에서 대단히 임의적인 것이어서 수많은 '좋은 시인들' 혹은 '좋은 작가들'을 누락 혹은 사상(捨象)하면서 나아가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나는 그런 시인 중의 대표적인 하나가 김종삼(金宗三, 1921~84)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시는 생전에 나온 민음사판 '오늘의 시인총서' 《북치는 소년》(1979)과 거기 붙은 "여백이 완벽보다 더 꽉 차 보이는 때가 있다"로 시작되는 황동규의 유명한 해설 <잔상(殘像)의 미학>으로 어느정도 알려져 있지만, 그에 대한 문학사의 평가는 그의 시의 탁월성에 비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한편의 시를 보자.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嬰兒를 삼킨 곳.
스무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水深을 모른다.
  - <민간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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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5 2007/02/05
염무웅 | 문학평론가, 영남대 명예교수

며칠전 대산문화재단에 들렀다가 갓 출간된 책 한권을 받아들고 돌아와,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대강 훑어보았다. '강경애 탄생 100주년 기념 남북 공동논문집'이라는 표제가 붙은 《강경애, 시대와 문학》(랜덤하우스 2006)은 여러가지 점에서 우리나라 근대문학사 연구의 역사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만한 업적이다.

나 개인에게 강경애는 문학소년 시절이었던 1950년대 말경 백수사(白水社)판 《한국단편문학전집》에서 백신애의 <적빈(赤貧)>과 나란히 수록된 그의 <지하촌>을 읽고, 거기 묘사된 너무도 처절한 궁핍의 기억으로 아련하게 남아 있다. (1958년 염상섭의 서문을 머리에 얹고 세권으로 출간된 이 선집은 아마 해방후 이 방면 최초의 기획출판일 것이다. 대상작가의 선정에서뿐 아니라 활자체와 지질, 장정 등 체재 면에서도 아주 공들인 책이었다. 곧이어 나온 민중서관의 《한국문학전집》과 신구문화사의 《전후세계문학전집》에 대응하여 전후세대 작가들을 추가한 다섯권짜리 증보판이 1965년에 간행되었는데, 오늘날 대학도서관 같은 데 소장된 것은 모두 이 증보판이다.) 그러니까 이상경 교수의 수고로 장편 《인간문제》(창작과비평사 1992)가 손에 들어오기까지 강경애는 나에게 거의 잊혀진 작가였고, 그후에도 그의 문학사적 중요성에 각별한 주목을 돌리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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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4 200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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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 | 소설가

가을이 이렇게 가버리다니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개나리가 마음을 들볶은 게 꼭 일주일 전만 같은데, 목련은 피었는지 모르게 빗방울에 후드득 떨어진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낙엽 다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쓸쓸하게 매달려 있는 감 때문에 저는 어찌할 바 몰라 방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요.

그래서 선배 시인 한분을 꼬여내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늦은 단풍이나 볼까 하고 말입니다. 비온 뒤라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아서 아침부터 마음을 가만히 둘 길 없었는데요. 막상 산에 오르니 기대했던 거와는 달리 낙엽도 거의 진 뒤라 풍경은 시시하기만 했습니다. 대신 멋진 집들을 구경했습니다. 빨간 벽돌, 십 미터도 넘어 보이는 담으로 둘러싸인 예쁜 집들을 말입니다. 사실 예쁜지 어떤지는 잘 몰라요, 집이 보여야 집 구경을 하지요. 실은 멋지고 높은 담 구경을 했다고 해야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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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9 200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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