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세시풍속에는 답교(踏橋)라고 해서 음력 정월 보름에 다리들을 밟고 건너며 달구경을 즐기는 인파가 청계천에 붐볐다고 한다. 유월 보름에는 유두(流頭)라 하여 나쁜 일을 털어버리기 위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씻고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또 탁족(濯足)이라 하여 여름철에 맑은 물을 찾아 발을 담그며 놀았으며,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멱을 감는 천렵(川獵)이란 것도 있었다. 이런 정도는 되어야 친수(親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지 않을까?

흔히 친수공간의 좋은 사례라고 소개되는 유럽의 호수나 강변의 사진들을 보면 깊은 물에 뛰어들어 수영이라도 하지 않으면 물과 접촉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 있다. 그저 물 구경이나 할 도리밖에 없는 워터프론트(water-front)다. 오히려 독일의 재(再)자연화된 이자르 강변의 자갈밭에 앉아 노는 사람들의 모습에 훨씬 친근감이 간다. 우리에게는 어린아이들이라도 물장구치고 노는 데 별로 지장이 없는 그런 모래강변이 있다.
 
'친수'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정부가 친수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하는 한강개발을 보자. 1980년대에 손을 댄 한강개발은 자연생태계를 몰아내고 둔치에 위락시설을 설치하고 유람선을 띄웠는데, 지금은 수심이 깊어 가까이 할 엄두도 못내는데다가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 사이에 점토층(뻘흙)이 쌓여 오염이 심해져서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는 그림의 떡이 되었다. 텅 빈 유람선에 시설유지비가 많이 들어 비용편익면에서도 손실이 크다. 과거 한강 백사장에 수십만 인파가 몰렸던 사실과 비교하면 이상하기만 하다. 오히려 자연생태계를 즐기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었으면 강수욕 등 자연의 하천을 즐기는 편익이 지금보다 컸을 것이며, 훨씬 뛰어난 친수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전문보기

2011/02/09 2011/02/09


이현정 / 서울환경연합 한강팀 활동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8월 25일, 35일째 되는 날이다.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7월 22일 새벽 환경연합 5인의 활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여주 남한강 이포보와 경남 낙동강 함안보 크레인에 올랐다. 그러다 경남지방에 태풍이 밀어닥치자 함안보 크레인에 오른 활동가 2인은 주위의 요청으로 20일간의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8월 11일 내려왔다. 이들은 내려오자마자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경찰에 체포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고, 8월 13일 영장이 청구되었으나 기각되었다. 환경연합은 24일 오후 3시쯤 이포보 고공농성자 3인에게도 내려올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농성자들은 국회 4대강 검증특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내려갈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에 맞추어 2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정당 등 각계각층이 참여해 '4대강저지 범국민행동'과 비상시국회의 발족식을 열고 천막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포보 위의 활동가 3인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식량은 바닥나고 연락도 불안정한 상태다. 더구나 얼마 전부터는 이포보 교각 상판 바로 옆에 경찰과 건설업체 직원들이 천막을 세우고 밤에도 써치라이트를 비추어 농성자들이 잠을 못 자게 괴롭히고 있다. 민·형사상 책임 운운하며 위협하는 한편, 최소한의 물과 식량조차 전달을 제한하고, 휴대폰 배터리는 트위터로 현장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린다면서 반입을 막고 있다. 그 대신 경찰과 업체 관계자 모두 들을 수 있는 무전기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사용이 쉽지 않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이포보 농성자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했지만 이마저 수용되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공농성, 정부의 묵묵부답

수원지법은 8월 20일 이포보 농성자 3인에게 퇴거명령을 내렸고 위반시 1인당 하루에 300만원씩 공사업체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문화예술계, 노동계, 학계 등 4대강사업 반대농성을 지지하는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오직 정부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 따름이다.

전문보기

2010/08/25 2010/08/25


허재영
/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

허재영
여론이 반드시 정의를 대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론은 때로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여론은 가변적이고, 따라서 불완전하다. 그러나 종교적 사안이나 철학적 논쟁 등의 가치판단 문제가 아니라, 사회기반 시스템을 선택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면 여론은 불안정한 속성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만한 지표를 제공해준다.

6월 2일의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실시된 여론조사(중앙일보 2010.6.8)에 따르면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승리한 까닭에 대해 응답자의 79.2%는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의 잘못'을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응답자의 11.2%만이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나아서'(8.8%), 그리고 '민주당 등의 야당이 잘해서'(2.4%) 여당이 참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5.6%는 선거결과가 이명박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며, 이들 중 74.5%는 세종시나 4대강사업 등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심판이라고 답했다. 결국 다수의 국민들은 세종시 사안이나 4대강사업의 독단적인 추진에 관해 이명박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결국 여당의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된 이 시점에서 뚜렷이 남아 있는 범국민적 메씨지는 '4대강사업은 지금의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한국일보 2010.6.10)에 따르면, '규모의 축소나 속도의 조절'(46.8%), '사업의 중단'(32.6%) 등 사업의 수정이나 반대를 요구하는 의견이 79.4%에 이른다. 이러한 결과는 부차적인 혼란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쾌하고 확정적인 국민의 주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이 야당의 승리와 여당의 참패라는 정치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전문보기

2010/07/07 2010/07/07


김상균 / MBC PD

사용자 삽입 이미지
BBC의 국제부 에디터 존 씸슨(John Simpson)이 한국의 휴전선 길목에 섰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분쟁의 현장이면 어디든 취재에 나서는 저명한 저널리스트다. 지난 6월 4일(한국 시각) 아침 〈BBC WORLD NEWS〉에서 그는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란 제목의 현장 리포팅을 했다. 그는 "중요한 문제는 두달 전 남한의 천안함을 쏘라고 북한군에게 명령한 사람이 과연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어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유장관은 북한군 지도부 갈등과 내부 정치문제를 언급했다. 그런데 왜 BBC는 〈파이낸셜 타임즈〉가 천안함사건 기사에서 쓴 '주장된 바에 의하면'(allegedly) 같은 부사구를 삭제하고 천안함사건이 북한군 소행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했을까. 이 사건과 관련한 한국정부의 외교적 성공의 반증인가. 민군 국제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그들은 신뢰하는 것인가.

한국 주류언론의 시각 투영된 외신보도

그러나 나는 문득 2006년 11월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던 한 중국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조·중·동의 영문기사로 한국을 이해하다가는 논문이 때때로 결정적 오류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언급이다. 한겨레가 영문기사를 공급한 건 몇년 안된다. 아직 경향신문은 영문기사가 없다. 따라서 외국학자가 한국을 연구할 때는 영문기사가 제공되는 조·중·동에 의지하기 쉽다. 그러다가 자칫 학문의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중국인 학자의 경고이다. 한국 주류신문의 보도나 정보가 사안에 따라서는 정파성을 좇거나 사주의 이익을 추구하다 저널리즘의 기초 윤리인 '진실'이나 '공정'을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전문보기

2010/06/30 2010/06/30

괴물의 사육

2010/04/21


황정은 / 소설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을 내버려두라. 강은 강으로서 좋은 것이지 콘크리트를 두르고 강변을 조경해서 사람이 접근하거나 다니기에 좋아서 좋은 것이 아니다. 강 살리기라고 말하는 것도 그만두라.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모니터링을 통해 알 길이 있는 국민은 이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있다.

강의 탁도가 증가했고 수질오염이 늘었으며 공사중인 보(洑) 주변에서 벌써부터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며 포크레인이 긁어놓고 뜯어둔 흙무더기에서 발견된 자생 희귀식물, 부실한 조사보고서와 설계, 낙동강 바닥에서 긁어낸 오니토(汚泥土)를 아무런 대책도 관리도 없이 주변 농지나 생물 서식처에 쌓아두고 있다는 소식, 등등을 비롯해 알려고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든 알 수 있는 사실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4대강 살리기'는 과연 무엇을 살릴까

생물을 몰아내고 물 흐름을 막고 강바닥에 철심을 박고 똥만큼 이롭지도 않은 오니토를 똥 싸듯 여기저기 얹어두는 과정들을 두고 '강 살리기'라고 할 수 있나. 여기서 '사는 것'이 무엇인가. 차악으로 경제라도 살아나나. 지금 이 나라 국민들이 땅을 더 파지 않고 강물을 더 퍼내지 않아서 먹고살기가 어려운가.

전문보기

2010/04/21 2010/04/21
태그,
< 1 2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