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
/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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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마침내 통과되었다. 양국이 교섭타결을 이룬 지 무려 4년 7개월 만이다. 난산인 만큼 국내정치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 큰 걱정은 밖에 있다. 한미FTA 비준을 놓고 홍역을 치르는 동안 밖으로는 'FTA의 네트워크화'란 새로운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은 자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짜나가며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FTA를 많이 맺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어떤 조건의 FTA를 맺는지, 또한 그것이 지구적·지역적 FTA네트워크 구조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 한미FTA 비준은 오히려 우리에게 전략적 고민과 복잡한 계산을 던져주고 있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숨가쁘게 돌아가는 밖의 판세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사태는 지난 12일 일본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교섭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본격화되었다. 노다 요시히꼬(野田佳彦) 총리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의 저하와 산업공동화, 엔고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경제에 대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TPP 가입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 메이지유신이 제1의 개국, 1945년 패전후 경제재건이 제2의 개국이라면 이번 TPP는 제3의 개국에 해당한다며 비장함까지 내보였다.

미국의 새로운 아·태 경제질서, TPP

TPP는 싱가포르, 브루나이, 뉴질랜드, 칠레 등 소국간 FTA에 호주와 미국이 뛰어든 후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끌어들여 덩치를 키우고 있는 다자무역협정이다.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수출을 배가하여 국내 일자리를 창출할 핵심 수단으로 TPP를 강조한 바 있다. 이를 확장하여 종국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FTA(FTAAP)를 완성하고자 한다. TPP는 미국의 이익이 강하게 담겨 있는 만큼 고수준 개방을 지향하는 이른바 '21세기 협정'이다. 상품무역 전분야의 개방을 견지하고 있어 농수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또한 한미FTA처럼 사회제도와 규제씨스템의 포괄적 개혁도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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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3 201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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